[심층분석]
경기 광주 쿠팡 물류센터 사망 사고로 본
'심야 노동'의 위험성…
왜 비극은 새벽에 찾아오나?

멈추지 않는 물류 현장의 비극
2025년 11월 26일 새벽 2시 4분, 모두가 잠든 시간.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5센터)의 컨베이어 벨트와 지게차 소음 사이로 또 하나의 안타까운 생명이 쓰러졌습니다.
50대 가장이자 단기 계약직 근로자였던 A씨는 지게차에 실린 물건을 옮기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었고,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 '심야 노동'의 구조적 모순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물류센터의 사망 사고는 유독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 그것도 중장년층 단기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것일까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심야 노동의 생체학적 위험성과 산재 인정의 쟁점, 그리고 제도적 사각지대를 면밀히 분석해 봅니다.

1. 사고의 재구성: '마의 시간' 새벽 2시의 경고
경찰과 소방 당국의 조사 내용을 종합해 보면, A씨는 사고 전날 오후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오후-야간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새벽 2시 4분. 노동 생리학적으로 이 시간대는 인체가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이는 구간입니다.
인간의 신체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 사이, 멜라토닌 분비가 정점에 달하며 체온과 혈압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휴식 모드'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 강제적인 각성 상태를 유지하며 육체노동을 지속할 경우,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급증합니다.
특히 겨울철 물류센터 내부는 외부의 냉기가 스며들기 쉬운 구조입니다. 추위로 인해 말초 혈관이 수축된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등 순간적인 힘을 쓰는 작업(발살바 효과)이 더해지면 혈관 내 압력은 평소의 두 배 이상 치솟게 됩니다.
A씨가 쓰러진 시점이 작업 강도가 누적된 새벽 2시였다는 점은 '과로'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2. '단기 계약직'이라는 뇌관
이번 사고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키워드는 '단기 계약직(일용직)'이라는 고인의 고용 형태입니다.
물류 기업들은 물동량의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인력을 일용직이나 단기 계약직으로 운용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 형태가 근로자의 건강 관리를 구조적으로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정규직의 경우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사후 관리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쪼개기 계약을 맺는 단기 근로자들은 이러한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A씨의 경우처럼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었더라도, 이를 사전에 스크리닝 하거나 해당 질환자에게 심야 노동을 제한하는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자신의 지병을 알리지 않았다"라고 항변할 수 있으나, 생계를 위해 당장의 일당이 급한 일용직 근로자가 스스로 건강상의 이유로 일감을 거절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즉, 건강 리스크를 개인이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이번 비극의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3. '지병' vs '업무상 재해', 예고된 법적 공방
현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이며, 사측은 A씨가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사인(死因)이 뇌심혈관계 질환일 경우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은 '기저 질환'이 있더라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속도를 급격히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대법원 2017두66723 판결 등)
특히 '야간 근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도 업무 부담 가중 요인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주간 근무보다 30% 이상의 가산 시간을 적용하여 업무 시간을 산정할 만큼, 야간 노동 자체가 신체에 가하는 데미지는 명백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원래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어서는 안 되며, 사고 당일의 작업 강도, 휴게 시간 준수 여부, 그리고 최근 1주 및 12주간의 업무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4. 반복되는 '심야의 죽음', 대안은 없는가?
2020년 이후 택배 및 물류 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 이후 사회적 합의 기구가 출범하고 여러 대책이 쏟아졌지만, 현장의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 심야 노동 가이드라인 강화: 고위험군(고령자, 기저질환자)에 대한 심야 배치 제한을 단순 권고가 아닌 의무 사항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 단기직 건강 데이터 공유: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전제로, 여러 물류센터를 이동하며 일하는 단기 근로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여 작업 투입 전 '건강 신호등'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합니다.
* 실질적 휴게 시간 보장: 서류상의 휴식 시간이 아닌, 작업 동선과 화장실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휴게 시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새벽 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의 밤샘 노동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클릭 한 번으로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놓인 상품을 받아보지만, 그 상품을 옮기기 위해 누군가는 생체 리듬을 거스르며 새벽을 지새웁니다.
경기 광주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50대 가장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속도'와 '효율'을 좇느라 '사람'과 '안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번 사고가 또 하나의 처리해야 할 '사건'으로 묻히지 않고, 열악한 물류 현장의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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